2.3 소유권의 결여
시장경제에서 발행하는 모든 거래 행위는 소유권의 이전을 동반합니다. 모든 경제주체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재화 혹은 서비스의 거래를 통해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입니다. 버스운송업자는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버스, 연료 등을 시장가격에 구매하고 그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여 이를 바탕으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승객은 그 서비스에 대한 가격, 즉 요금을 지불하고 버스 서비스를 소비합니다.
환경재 또는 환경자원은 인간에게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환경의 자정능력, 즉 오염물질의 정화 서비스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의한 심미적 즐거움 등은 환경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예입니다. 인간은 경제행위를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투입 요소로서 환경자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필요로 합니다. 생산자가 생산행위를 하면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환경자원이 제공하는 정화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소비자 또한 재화를 소비하면서 또는 소비한 후 여러 가지 오염물질을 배출합니다. 소비자도 소비행위를 함에 있어 환경자원의 자정능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경자원이 보유한 자정능력에는 한계가 따릅니다. 환경에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는 환경의 자정능력이 원활히 발휘되어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경제활동이 증가하여 오염물질의 발생량이 환경의 자정능력을 초과하게 되면 환경오염에 따른 각종 피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문제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경제주체가 자신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야기하는 피해에 대한 경제적인 대가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이러한 오염물질의 발생에 상응하는 비용이 지불되지 않는 것일까? 이는 대부분의 환경재에 있어 적절한 소유권(property rights)이 설정되어 있지 않거나 설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유권의 결여는 곧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소유권의 결여는 소위 불완전한 시장(incomplete market)을 형성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동차나 컴퓨터 등 다양한 사유재(private goods)가 소유권이 명확히 특정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특징을 나타내는 한편, 많은 환경재들은 소유권이 적절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을 사이에 두고 상류 지역의 오염원과 하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간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오염물질의 배출 대상이 되는 강에 대한 명확한 소유권이 결여되어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 하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강 상류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염색업체에 대해 강을 폐수로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며, 염색업체의 입장에서도 강이 제공하는 환경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료, 즉 오염 행위로 인해 강 하류 주민에게 미치는 피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환경재에 대한 소유권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는다는 것은 환경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를 요구하는 소유권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즉, 환경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환경 서비스가 투입되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의 시장가격은 환경재의 사용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됩니다. 시장가격이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비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 시장가격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매개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많은 환경재에 있어 소유권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못함으로써 시장의 불완전성이 생겨나고 이에 따라 시장실패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소유권의 결여는 정부가 시장의 불완전성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하게 됩니다. 그러나 코오즈(Coase,1960)는 거래비용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환경재와 같은 비시장재에 대해서도 시장의 적절한 기능을 통해 파레토(Pareto)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때 정부의 역할은 환경재에 대한 적절한 소유권의 설정에 국한되며, 더 나아가 소유권이 이해 당사자의 어느 편에 귀속되든지에 관계없이 양자 간의 자발적인 사적 협약에 의해 사회적 효율성이 달성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코오즈의 정리란?
코오즈의 정리란 재정학(공공경제학) 분야에서 외부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 경제학에서 외부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제시되는 방법으로는 환경세 부과, 오염허가서 발급과 같은 시장에 의한 해결, 직접적인 통제방식, 코오즈의 정리로 대표되는 소유권의 확립을 통한 해결 등이 있습니다.
이로 재산권이 확립되어 있고 민간경제의 주체들이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고 자원배분에 관한 협상을 할 수 있다면 외부효과로 초래되는 비효율성을 시장에서 그들이 스스로 해결하게 되므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4 외부효과
외부효과는 환경문제의 발생 원인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보다 관심을 가질 대상은 외부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