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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진하는 브랜드

by 레이디배베 2023. 11. 7.

1.초록 미래를 향한 그린라이트

새로운 컬렉션이 펼쳐진 지난 9월, 패션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화두는 단연 ‘지속 가능한 패션’이었습니다. 재활용 직물을 이용한 디자인부터 런웨이 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선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와 약속, 그리고 실천이 펼쳐지는 중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패션이 진정으로 지속 가능할까? 혹시 또 다른 의미의 트렌드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이라는 이 모호한 단어에 내포된 의미를 조금 더 세분화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료가 윤리적으로 공급된’, ‘환경 친화적인’, ‘의식 있는’, ‘에코’ 등등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혼돈스러운는 어휘가 ‘지속 가능한 미래’ 를 지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의 타밀 오두에서 여성 직조사들과 협력하여 아름다운 천연 직물을 개발하며 옷을 만드는 런던 디자이너 리처드 말론은 ‘지속 가능한’이란 용어를 ‘정직’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는데, 지금이야말로 이 ‘정직한’ 사치품에 대한 새로운 잣대와 판단, 정의가 필요한 때일지도 모릅니다.

한 해에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섬유는 12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이는 국제 항공편과 해상 운송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이라고 합니다. 이미 지난 4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며 버버리, 갭, H&M, 리바이스 등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케어링 그룹, 자라가 포함된 인디텍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기후 위기를 선언하고 2030년까지 온실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4대 컬렉션 기간에도 몇몇 럭셔리 브랜드가 환경 보호에 대한 약속을 내놓았습니다.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가브리엘라 허스트, 런던의 버버리, 밀란의 구찌까지 탄소 중립 쇼를 열었습니다. 이제 환경 이슈는 트렌드라고 하기에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처럼 보입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오랫동안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온 브랜드입니다. 그녀는 패션에서 ‘지속 가능성’이 덧없는 유행이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녀의 행보가 놀라운 건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패션을 실천해오면서 노하우가 엄청나게 쌓였다는 것입니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웹사이트에 가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정리되어 있는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니트웨어는 리엔지니어링된 캐시미어를 쓰고, 목재 펄프를 주원료로 하는 레이온을 얻기 위해 숲을 보호하는 데 힘쓰며, 동물의 가죽과 퍼는 사용하지 않고, 모든 제품에 유기농 면을 사용합니다. 가방은 무료 수리 서비스를 해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스테인리스스틸, 알루미늄 대체물을 개발하고, 윤리적인 농장을 엄선해 천연 섬유인 양모를 얻습니다. 이뿐일까. 최근에는 거미가 만드는 실크를 개발한 생명공학 회사와 손잡고 누에고치에서만 얻던 실크의 새로운 미래를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방식을 오랫동안 개척해온 그들이 만드는 결과물은 심지어 하나같이 아름답습니다. 한동안 지속 가능한 패션은 재활용 천으로 만든 누더기로 치부됐지만, 스텔라 매카트니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 헌 옷, 환경을 생각하니 조금 안 예뻐도 입는 옷, 무언가의 대체품이 아님을 상기시킵니다. “나에게 가장 큰 칭찬 중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팔라 벨라 가방(스텔라 매카트니의 시그너처 가방)이나 우리의 인조 가죽 치마, 신발을 구입하고 진짜 가죽인지 아닌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알 때다. 나는 그것이 진짜 건강하고, 섹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안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름답고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2.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실천

 

방법은 다양합니다. 옷의 재료에 대해 고민하는 방식이 있다면, 환경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을 앞세운 브랜드도 있습니다. 바로 디올입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도시 속에서 정원을 가꾸는 콜로코 아틀리에와 협업해 170그루의 나무로 런웨이를 장식, 쇼가 끝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파리시가 주최하는 숲 조성 장기 프로젝트의 재료로 활용하는 신선한 계획을 선보였습니다. 스텔라 매카트니보다 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문제에 다가서는 것 같지는 않지만 환경과 패션이 함께할 수 있음을 믿고, 창작자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고민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한편 밀란에서는 빠르게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프라다의 행보가 이슈였습니다. 최근 프라다는 업계 최초로 지속 가능성 관련 대출에 서명했는데, 이 생소한 경제 용어는 무언고 하니, 은행에서 5천만 유로를 빌려 5년 동안 갚아간다고 했을 때, 지속 가능한 목표가 달성될 때마다 매년 이자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된 대출 제도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지속 가능한 재활용 나일론을 사용하여 제품 생산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금리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지난 5월 샤넬, 버버리, 구찌와 같은 브랜드에 합류하여 모피 컬렉션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6월, 프라다의 시그너처 나일론 백을 바다에 떠돌아다니는 플라스틱, 그물, 매립 쓰레기 등으로 만든 ‘에코닐’ 소재로 만든다는 ‘리나일론 프로젝트’를 선포, 2022년까지 모든 나일론 백을 리나일론으로 전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런 행보를 보면 사실상 지금 프라다의 핵심 요소는 바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실천으로 보입니다. 그 때문일까? 2020 S/S 밀란 컬렉션의 미우치아 프라다는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반영하듯 간결하고 차분하며, 청교도적인 쇼를 선보였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단순함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패션업계와 환경, 소비와 생산의 본질적 모순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미우치아 프라다의 이야기는 인상적입니다. “한쪽에서는 지구를 구하고, 소비하지 않고, 소비되지 않기를 원한다. 우리는 더 적게 소비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의 고객, 미디어, 사람들은 새로움을 갈구한다. 진실은 우리 모두가 더 많은 소비를 원하고 새로움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친환경 패션의 미래가 불확실성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녀의 논리대로라면 새로운 옷을 전혀 생산하지 않는 것만이 친환경이고 기후 친화적인 최선의 방법인 걸까? 트렌드를 창조하고 옷을 파는 것은 환경 보호와 즉시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끊임없이 질문해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